경제, 부동산

[김기자의 부동산 WHY] 미국인들은 왜 집을 잃었나

드래곤21c 2016. 3. 26. 13:42

겉으로는 깔끔해 보이는 주택의 내부가 어지럽혀져 있다. 벽 한쪽에는 ‘은행가를 죽여라’라는 글귀가 음산하게 느껴진다.

2007년 미국 중산층이 주택담보대출을 대량 연체한 모기지 사태 배경의 영화 <라스트홈>. 2014년 미국에서 상영한 이 영화는 주인공뿐 아니라 미국인, 아니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실화다. 국내에서 오는 4월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데니스 내쉬는 플로리다주 한 시골에서 공사현장 막일도 마다않고 성실하게 일하지만 급여 체불로 인해 은행이자를 연체하게 된다. 그의 집은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고 곧바로 압류된다.

집에는 사랑하는 홀어머니와 아들이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사라진 자신의 방을 보며 울부짖고 데니스는 그런 아들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좌절할 겨를도 없다.

집을 잃은 가장의 표정을 지켜보는 관객이라면 그 슬픔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상실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영화에 등장하는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조차 데니스의 가족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다.

모기지 사태는 미국 2위의 기업 뉴 센트리 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 파산 이후 본격화됐다. 이 회사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하다가 연체율이 상승했고 결국 대규모의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모기지에 투자한 펀드와 대형금융회사들이 연쇄적으로 손실을 입으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됐다.

“평생 정직하게 일한 대가가 집 뺏긴 것 말고 뭔가.

자넨 주택을 담보로 3만5000달러를 빌렸고 갚지 않았어. 그건 도둑질 아닌가?”
“그건 대출이잖아요. 대출금 갚으려고 개고생하며 일했고 갚을 생각이었어요. 훔친 게 아니에요.”
“하지만 은행은 그렇게 보지 않네.”

릭은 데니스에게 집 1000채를 매매할 수 있는 빅딜을 제안하는 대신 모기지를 갚지 못한 채무자들을 한달 안에 집에서 내쫓을 것을 조건으로 건다. 빼앗긴 신세에서 빼앗는 자가 된 데니스. 혼란과 고민에 빠진 그에게 릭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100명 중 단 1명만 방주에 탈 수 있어. 나머지 99명은 가라앉아야 해.”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고 임금과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중산층의 주거난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미국의 모기지 사태는 은행의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능력이 없으면서 무리하게 돈을 빌린 채무자의 잘못이었을까. 영화는 미국 금융정책의 그늘을 보여주는 한편 그로 인한 피해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때로는 나 자신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는 업계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영화와 같은 비극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경제주체들은 어떤 가치기준을 세워야 할 지 신중해야 할 때다.

 

 

실시간 재테크 경제뉴스창업정보의 모든 것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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