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드래곤21c 2014. 10. 7. 17:48



 

 

 

 

 

 

 

자다가 눈을 떴

방 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거야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지, 윤보영

 

 

 

 

 

 

날이 흐리다

눈이 오려나

네가

겁나게 보고 싶다

 

 

-하루, 김용택

 

 

 

 

 

 

오늘도 당신 생각했습니다

문득문득

목소리도 듣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어요

언제나 그대에게 가는 내 마음은

빛보다 더 빨라서

나는 잡지 못합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

다홍꽃 향기를 열게 해 주신

당신

 

 

-오늘도, 김용택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꽃, 한상경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가을, 함민복

 

 

 

 

 

 

해지자 날 흐리더니

너 그리움처럼 또 비내린다

문 걸고 등 앞에 앉으면

나를 안고도 남는 너의 애정

 

 

-밤비, 유치환

 

 

 

 

 

 

당신 가고 나서 뒤돌아서니

어디 발 디딜 땅 한 곳 없습니다

 

 

-땅, 김용택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안 가득 밥알 떠넣는 일이다

 

옛날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이별 이후, 문정희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 최영미

 

 

 

 

 

 

다 잊고 산다

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

그 무언가 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

간간이 건드리면

멍하니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못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

 

 

-다 잊고 사는데도, 원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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