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드래곤21c 2016. 5. 30. 11:02







기차는 떠났고 나는 여기 남겨졌다

세월이 허락한 망각은 쿨한 축복
웃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시간들은 흐르고
내 영혼의 무게는 점차 가벼워진다

살 수 없을 것만 같던 나날들을 흐르고
더 이상 삶의 무게는 저울질 하지 않는다
풍화된 시간은 어디로 가 쌓였을까
깊은 벽 담쟁이 긴 상처를 덮는다

아무도 기억 못하는 길목
기적은 다시 울리리



슬픔의 역사, 오승희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그리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그리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하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하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박우현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 이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동행, 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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