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리움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드래곤21c 2014. 12. 23. 16:44









그리움을 하나씩 걷어내면
그대 올까

겹겹이 쌓인 정을 지우려고
소멸을 거듭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가슴에 떠도는
욕망의 피 어쩔 수 없어
남모를 깊고 은밀한 사랑에
넋 잃고 빠졌다
 
까무러치도록 보고 싶어
가슴이 까맣게 타버려
고통의 벌집이 되고 말았다

마음을 가로질러 떠나가 버려
야위고 수척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대 달려오라
꺼질 듯 꺼질 듯 이어가는
그리움의 눈언저리에
슬픈 눈물이 고인다


- 그대 달려오라 / 용혜원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 홀로서기 3 中 / 서정윤





그냥 떠나가십시오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가혹합니다
떠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고 
떠나려고 준비하는 그대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을

올 때도 그냥 왔듯이 
갈 때도 그냥 떠나가십시오


- 떠날 준비 / 이정하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 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 숨기고 싶은 그리움 / 한용운





슬픔이 다하는 날 
나는 길모퉁이에서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을 떠나보내며
아름답게 죽어가리라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담벼락 굵은 글씨로 써내려가리라


빗물이 하염없이 
내 마지막 숨결의 
영상을 흘러갈지라도
나 그 빗물 되어 
사랑했었다고 소리치리라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사람도
오랜 침묵 뒤 저 금빛 저무는 산 
한 그루 나무가 되리니
누구보다 먼저 
아름다운 시절 사랑했었다고 
목이 메는 갈매기도 
세월은 늘 물결 부서지는 
암초더미에 걸려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고
푸르게 푸르게 울고 있듯이


슬픔이 다하는 날 
나 돌아보지 않으며
나,이 아름다운 시절 사랑하며 
이곳을 떠난다고 
길모퉁이 지워지는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이여
연인이여 
빗물이 하염없이 
내 마지막 숨결의 영상을 흘러간다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 / 김태동






밤하늘 같은 깊은 어둠을 뚫고 
끝없이 달려온 한방울 한방울의 노래

눈을 뜨기 전에 귀가 먼저 맞이한
눈 녹이는 겨울의 끝자락

얼어 붙은 가슴도 새싹과 함께 
자욱한 안개처럼 피어 오르겠지

때로는 따사로운 햇빛보다 
그리움 닮은 봄비의 얼굴이 반갑다

마음에 서랍을 열고 봄 향기 담을 
가슴을 비우자 한방울 한방울


- 봄비 오는 아침 / 정완표




 


눈물 나는 이 못견디는 그리움이 
돌아갈 길이 있었다면 
당신이 이다지 그립지도 않았겠지 

그것이 끊긴 길임을 비로소 알았을 때 
막막한 시간에 소리없이 버려진 그리움이 
상처 깊은 마음의 중 병임을 나는 알았다 
사랑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므로 나의 그리움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 그리움은 돌아갈 곳이 없다 / 고은영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 홀로서기 中 / 서정윤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 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 가을비 내리는 날 / 허영자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 하늘빛 그리움 / 이외수





섬과 섬 사이에는 눈물이 있고
꽃과 꽃 사이에는 나비가 있고
별과 별 사이에는 작은 어둠이 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을 가늠할수 없는
수평선 너머같은
그대 
그대와 나 사이엔 그리움이 있습니다


- 사이 / 김현태





오늘밤은
바람이 분다
어둠과 창문을
휩쓸고 가는
성난 태풍처럼
사납게 우는 바람소리에
내 마음도 울고 있다

오랜 세월
방황과 아픔 끝에
잠시 만난 사람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
같이 바라보았던
하늘빛의 사랑은
바람에 날아가 찾을 수 없는데

바람소리 따라
아직도 네 모습은
영롱하게 내 눈앞에 흔들리고 있다

오늘처럼 바람이 우는 날이면
바람 불 때마다 울어대는 빈 가슴이여
너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바람 불 때마다
울어대는 공중의 깃발처럼
나는 네가 그리워
이렇게 울고 있나니


- 바람 불 때마다 울어대는 빈 가슴이여 /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