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드래곤21c 2014. 11. 2. 18:49


 

 


 









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만나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이수익 - 봄날에











어느 이름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없음 처럼.



구영주 - 헛된 바람










기다리는 답이 오기를 기다리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다리는 답을 기다리게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자 문득 오래전에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대답 없음도 대답이다


황경신 - 생각이 나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 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 - 그리움










찾아 나서지 않기로 했다

가기로 하면 가지 못 할 일도 아니나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 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 멀리서만 그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이정하 - 멀리서만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 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이남일 - 짝사랑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도종환 - 발자국










당신, 저 강을 건너야 한다면

나 얼음장 되어 엎드리지요


얼음장 속에 물고기의 길이

뜨겁게 흐르는 것 처럼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

출렁거리고 있으니까요.


안도현 - 가을편지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것에 대해

주지 않은것들에 대해서도


최영미 - 옛날의 불꽃










까맣게 잊었더니

하얗게 타오르는 건


원태연 -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