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만나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이수익 - 봄날에
어느 이름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없음 처럼.
구영주 - 헛된 바람
기다리는 답이 오기를 기다리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다리는 답을 기다리게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자 문득 오래전에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대답 없음도 대답이다
황경신 - 생각이 나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 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 - 그리움
찾아 나서지 않기로 했다
가기로 하면 가지 못 할 일도 아니나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 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 멀리서만 그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이정하 - 멀리서만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 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이남일 - 짝사랑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도종환 - 발자국
당신, 저 강을 건너야 한다면
나 얼음장 되어 엎드리지요
얼음장 속에 물고기의 길이
뜨겁게 흐르는 것 처럼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
출렁거리고 있으니까요.
안도현 - 가을편지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것에 대해
주지 않은것들에 대해서도
최영미 - 옛날의 불꽃
까맣게 잊었더니
하얗게 타오르는 건
원태연 -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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