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의 시

드래곤21c 2017. 8. 17. 13:18

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로다 /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 安身處處牢(안신처처우)



[연산군일기 1500년 3월 3일] 25세
서울에 봄바람 부니 때는 삼짇날
새 날고 고기 노니 온갖 꽃 향기롭네
난정놀이를 뉘라서 좋다 하는가
은대에서 어사주로 취함만 못 하리

 

[연산군일기 1500년 6월 22일] 25세
고요한 은대에 낮이 더디기만 한데
승지들은 무더위로 졸고만 있네
연꽃을 꺽어 은근히 주리니
붉은 소주 가득한 잔 마다치 말게

 

[연산군일기 1500년 6월 27일] 25세
대궐 안 찌는 듯 더워 흐르는 땀 장물 같고
불같은 해 타는 구름에 낮이 더욱 지겹구나
향기로운 한잔 술 마실 수가 있으니
오히려 더운 곳이 서늘해지네

 

[연산군일기 1500년 8월 1일] 25세
비 개고 구름 걷혀 밤 기운이 맑으니
달 밝은 윤각에 꿈 이루기 어렵구나
해마다 좋은 때를 구경할 수 없으니
어옹의 한 평생 지남만도 못 하네

 

[연산군일기] 1500년 12월 26일] 25세
세상사 개인사 근심치 말고
모름지기 인간사 꿈속 일로 날리세

 

[연산군일기 1502년 9월 5일] 27세
어제 효사묘로 나아가 어머님을 뵙고
술잔 올리며 눈물로 자리를 흠뻑 적셨네
간절한 정회는 그 끝이 없건만
영령도 응당 이 정성을 돌보시리

 

[연산군일기 1503년 10월 14일] 28세
들국화 시들었는데 집국화는 난만하고
붉은 매화 떨어지자 흰 매화 한창이네
사물을 감상하며 하늘 이치 안다지만
임금의 도는 우선 화목한 정치에 있네

 

[연산군일기 1504년 10월 15일] 29세
간신이 악의를 품고도 충성한 양하여
임금을 경멸하여 손아귀에서 희롱하려 하도다
조정에서는 폐단을 한탄하나 배격될까 두려워
다투어 서로 구제하는 못된 버릇 일으키네

 

[연산군일기 1504년 12월 16일] 29세
비단 소매엔 향기가 없고 거울엔 먼지 끼니
한 가지의 꽂이 여위어 봄 모양이 아니네
십 년 동안 군왕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니
비로소 아름다움으로 잘못 살았음을 알겠노라 

 

[연산군일기 1505년 1월 19일] 30세
풍속이 바뀌고 고쳐져 참으로 밝은 때로세
봄빛이 화창해 감싼 경치가 기이하구나
이로부터 태평세월 조야가 엄숙하니
술 옆에 차고 꽃가지 꺾음이 제일 좋으리

 

[연산군일기 1505년 4월 3일] 30세
백성에게 잔학한 자로 짐과 비교할 자 없는데
내시가 위를 범할 줄 어찌 생각조차 했으리요
부끄럽다 못 해 통분하기 그지없다는 온갖 생각을
바닷물에 씻고자 하여도 그 한을 풀지 못하리

 

[연산군일기 1505년 8월 13일] 30세
특별히 정자에서 구경하기 허락하니
싸늘함이 비를 타고 맑은 가을 재촉하네
온화 위엄 양립해야 참 왕도일세
충성 다해 은혜 갚을 신하 누구뇨

 

[연산군일기 1505년 8월 17일] 30세
태평한 때 가을 관광 꺼리지 마오
국화 떨기 금빛 품고 향기 아직 안 토했네
푸른 술 향기로워 궁온에 띄우니
서리 내린 후 온 가지가 누렇다 할 것 없네
조야가 편안하여 태평한 이때
잔치를 허했으니 취할 만하오
언제나 용렬한 짐 덕이 없어 부끄러운데
오늘은 인재들 많아 되레 즐거워라
큰 은혜 깊이 느껴 즐기기를 꺼려 마소
낮닭이 한창 조니 해가 어찌 기우랴
대궐 술 다시 받기 사양치 마오
호방한 임금 나라 편케 하도록 힘쓰면 되네

 

[연산군일기 1505년 8월 27일] 30세
조정에서 존호를 받으니 부끄럽고 황망할 뿐
돕는 힘 버리지 않으면 국세는 날로 퍼지리
성대한 오늘 잔치 보기 드문 경사이니
즐거이 취하기를 달빛 볼 때까지 하여라

[연산군일기 1505년 9월 16일] 30세
너무 애달파 눈물 거두기 어렵고
슬픔이 깊으니 잠조차 오지 않네
마음이 어지러워 애끓는 듯하니
이로 해서 생명이 상할 줄 깨닫네

 

[연산군일기 1506년 2월 25일] 31세
가벼이 대답함은 서로 깊게 믿음을 알고
사사로이 말함은 두터이 친하기 때문일세
호기를 내는 것은 천성을 따른 것이고
미친 짓 하는 것은 천진난만함에서 오니
군신이 해학하며 노는 것을 말하지 말라
나무라고 비웃음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이니
덧없는 인생을 뉘라 애석해하지 않으리
봄을 핑계하여 취하는 것을 어찌 마다하랴

 

[연산군일기 1506년 3월 8일] 31세
색이란 하루아침의 일 공덕은 만고에 남으니
미녀 데리고 즐겨 놀 생각일랑 하지 마오

 

[연산군일기 1506년 3월 19일] 31세
동산에 가득한 봄빛은 햇빛이 찬란한데
꽃바람이 새로 단장한 옷자락을 나부끼고
짙은 녹색 연분홍 화려하기도 하네
그 누가 청광을 위해 이슬향기 가져왔나

 

[연산군일기 1506년 3월 20일] 31세
대궐 안에서 꽃과 달의 시구를 누가 가르쳤던가
두고 읊으매 생각이 간절하여 정분만 더하네
다시 보매 밝은 햇살이 도리를 감쌌구나
내가 바로 삼한 제일의 호걸임을 문득 알았네

 

[연산군일기 1506년 3월 29일] 31세
특히 어질고 뛰어난 이를 뽑아 서호로 보낸 뜻은
참으로 충성한 자 구함이지 속이는 자 구함이 아니오
바람은 아지랑이 빛을 끌어 푸른 물결에 더하고
경지는 화창한 빛으로 옮겨져 맛 좋은 술병 띄웠네
길을 막아 있는 화류는 아리따움을 다투고
정자에 가득한 여인은 날씬함을 겨루누나
뉘 알리요 넓은 은혜와 정성으로 내린 술이
취중에도 나라 보전에 더 힘쓰란 것인 줄

 

[연산군일기 1506년 6월 1일] 31세
국가에 소홀하고 군왕을 속인 죄를 어찌 용서할까
몸을 아끼고 명예를 구함은 간흉들의 짓이로다
누가 능히 단심의 정성을 가져다 바쳐
큰 은혜 갚으며 태평세월 즐기게 하려는가

 

[연산군일기 1506년 7월 1일] 31세
고요한 밤 대궐 뜰 오동잎에 비소리만 싸늘한데
귀뚜라미 귀뚤귀뚤 이내 수심 일으키네
한가로이 거문고에 새 곡조를 올려보니
한없는 가을 시름 흥과 함께 굴러가네

 

[연산군일기 1506년 7월 14일] 31세
영화는 초방 벼슬 은혜로 시작하여
소임이 승지니 총애가 번성하다 하겠네
순수한 뜻 돌려 도우려는 생각 싫어하지 마오
그르치면 면하기 어려워 그땐 패망하리

 

[연산군일기 1506년 7월 28일] 31세
주름진 얼굴 구부러진 허리에 쑥대머리를 홑뜨리고
찬마루에 구부려 자며 옛날 놀던 일 생각하네
남들이 비웃으며 주렴 제치고 보는 줄 알지 못하고
누가 짐의 호기 당하리 웃음 치며 과시하네

 

[연산군일기 1506년 7월 30일] 31세
푸른 이슬은 밤에 맺혀 비단치마 적시고
가을바람은 소슬하여 앳된 간장을 녹이누나
난간에 기대 기러기 소리 들으니 달빛은 차갑고
눈물 가득한 눈시울엔 슬픈 마음 메어지네

 

이것을 포함하여 총 130여 편에 달함

 

역사愛[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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